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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ssay

[에세이] 7월에 시작한 기나긴 무좀과의 싸움, 이제 끝이 보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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군대 시절엔 처음 갖게 된 병, 무좀. 통풍이 잘 안되는 전투화와 두꺼운 양말 그것도 잘 마르지 않은 양말을 신으면서 생기게 된 무좀은 군인 이라면 한번쯤 경험했던 병이다. 그렇게 먼 일로 다가왔던 무좀이 다시 찾아왔다.

 

 

 

작년 여름, 7월이었던가 무좀이 갑자기 오른발에 찾아왔다. 그렇게 시작한 무좀에 약국에서 바르는 약을 사와서 치료했다. 그다지 크지 않은 무좀이었기에 겨울이 될 즘 어느정도 줄어들었다. 그러던 무좀이 올해 여름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. 정확하게 무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무좀이 맞기에 피부과도 들르지 않고 바로 약국에서 바르는 약을 샀다.

 

 

 

약국에 적혀진 광고문구만 보고 2가지 약 세트를 구매했다. 하나는 뿌리는 약, 하나는 바르는 약이었다. 2개를 바르니 효과가 두배일 거라고 생각하고 하루에 1~2번 바르기 시작했다. 하지만, 저녁에 까먹고 안 바르고 자기도 해서 무좀의 효과가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기곤 했다.


올해 7월부터 약국에서 산 무좀약 4종

 

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간만한 운동화를 하나 샀다. 그런데 그 운동화가 볼이 좁아서 가뜩이나 볼 넓은 내 발을 넣고 나니 저녁에는 무좀 상태가 나빠졌다. 이럴 줄 알았으면 신중하게 운동화를 살 걸 하는 후회와 함께 무좀이 시작되었고 어쩔 수 없이 무좀을 위해서 신발을 신지 않았다.

 

 

지난 11월, 아버지가 갑자기 폐결핵 판정을 받게 되어서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나는 아버지의 보호자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. 간만한 하루종일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서 내 발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. 보호자인 내 발은 오른쪽 발 바닥 한 가운데가 벌어져 있었다. 별 생각 없이 무좀이 심각해진 거라고 생각하고 무좀 약을 발랐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. 전에 사 두었던 약 중의 하나를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어느덧 그 약을 다 발랐다. 보호자의 상태에 있어서 차병원 피부과를 들르고 싶었지만 참았다. 우선은 종합변원 근처 큰 약국이기에 무좀 약도 좋은 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약국에 들렀다. 역시나 여기에서도 2가지 약을 추천해줬다. 하루종일 병원에 있으니 시간이 많아서 약을 더 자주 발랐다. 지금 생각하고 나니 왠지 미친 짓이었던 것 같다.

피부과에서 처방한 습진 관련 치료제

 

보호자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갔다. 하지만 무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. 한편으로 다시가 간지러웠다. 간절기라서 그런지 피부가 건조한 상태였고 그동안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도 발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을 직감해서인지 나에게 피부과를 가보라고 권유하였다. 그렇게 조금 더 버티고 난뒤, 지난 주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 피부과를 들렀다.

 

 

 

네이버지도에서 근처 피부과를 검색해봤는데 대략 피부과라기 보다는 피부미용 쪽 의원이 대부분이었다. 그래서 집 근처 전문 피부과로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저녁에 진료를 볼 수 있게 되었다. 피부과를 진료하시는 의사선생님은 제 상태를 지켜보더니 언제부터 무좀약을 바른 것이었냐 물었고 상당히 많이 발랐다 이 상태가 되기까지 왜 피부과에 오지 않았느냐는 뉘앙스를 풍기었다. 그리고 지금 병증이 무좀이 아닐수도 있다 일단 가려움이 사라질 수 있도록 다른 약을 처방하고 함께 먹는 약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. 무좀으로 피부과를 간 건 처음이어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은 직접 발바닥과 발등의 껍질을 긁어서 현미경으로 관찰해주셨다. 현미경을 관찰했을 때는 곰팡이는 없는 것 같다면서 3일 뒤 오라고 하셨다. 

 

 

지난 토요일, 재방문을 하였다.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. 긴 대기시간을 거쳐서 진료를 보았을 때는 발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하시면서 먹는 약을 좀 줄이고 일주일간 하루에 1~2번 약을 얇게 바르라고 하셨다.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무좀약을 바르지 않고 발의 상태가 점차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내 스스로가 참 바보같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.

 

 

 

지난 주에는 넷플릭스에서 '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'라는 드라마를 보았다.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짠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분이 떠올랐다. 주인공 동고윤 의사와 정다은 의사와의 대화였던 것 같은데 목이 아프면 이비인후과를 가고 엉덩이가 아프면 항문외과,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를 가면 된다. 우울증도 마음이 아픈 거니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. 뭐 그런 뉘앙스였다. 그런데 나는 이 단순한 걸 잊어버렸던 것 같다. 발에 무좀이 생겨서 아프니까 피부과를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되는데 무좀은 왠지 부끄러우니까 병원에 가지 말고 집에서 혼자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병을 더 키웠던 것 같다. 게다가 난 결혼 후에 치칠로 항문외과에서 수술까지 받은 경험이 있는데 아직도 그 단순한 걸 잊고 사는 것 같다. 

 

 

 

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무좀과의 싸움이 이제 곧 끝나갈 것이다. 혹시나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저처럼 무좀은 그냥 집에서 치료하면 되지 하고 생각하셨다면 한번쯤 본인의 생각을 내려놓고 피부과에 가보면 어떨까?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란 말이 있듯이 간단한 감기도 심해지면 병원에 가듯이 그렇게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.

 

 

 

이 글을 읽고 계시는 혹시라도 무좀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어서 무좀에서 벗어나시길 바란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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